
나팔꽃
김종휘
상추 곁에서 자란 배나무가 내 키보다 더 크다
애플민트 무리가 상추를 몰아내고 주인 행세하더니
나팔꽃 줄기 하나 배나무를 붙잡고 일어섰다
나팔꽃 줄기를 배나무에서 떼어 내 옥상으로 올라가는 줄에
돌돌 두 바퀴 올려 주고 잊고 지냈다
며칠 전 노을 사진을 찍으러 옥상에 올라가다
나팔꽃 줄기에서 피고 진 꽃들과 피어날 몽우리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미안하단 생각에 코끝이 찡하다
혼자 피고 지는게 나팔꽃인가 생각하다가
나팔꽃을 키우는 어떤 아름다운 손길이 있어
신나게 하늘가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 같아 하늘을 바라보니
눈썹만 한 낮달이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나팔꽃 줄기가 하늘에 닿으면 꽃의 숫자만큼 별이 된다는데
김종휘 시인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15년 <문학의 오늘>로 등단
시집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 낯익어서,낯선> 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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