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물어뜯은 시집
조경선
우편으로 배달된 시집을 옆집 개가 물어뜯고 있다
제목은 찢겨져나갔고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시 제목이 반쯤 남아 땅 위에 너덜거린다
한 끼에 9000원짜리 독상
침 흘리고 먹다 버린 첫 장 시인의 말이
마당에 흩어져 있다
귀퉁이 구겨진 시인의 얼굴은 웃는다
시집을 먹어치운 개가 맛을 아는지
양지바른 마당에 앉아 꼬리를 흔든다
배불리 먹었을까
씹어 넘기다가 맛있는 부위만 골라 핥았을까
유명한 견이니
겉장만 보고 가려서 맛보았겠지
간신히 찾아낸 이름 한 글자와 제목이
대문 앞에 적멸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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