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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시

바람의 노래/김종휘

by 시간의 마시멜로 2023. 5. 5.


바람의 노래

김종휘


바람이 문살에 붙은 해묵은 노래를 뜯어내고 있다

햇살이 졸고 있는 뒤뜰에 바람이 날아와 머문다
바람이 범람 직전의 바다 같은 슬픔을 달래려고
대나무 숲을 흔들며 레퀴엠을 연주한다
바람 소리에 어미 박새가 놀라 달아나고
둥지에서 우는  새끼들의 아우성에 새벽이 달려온다

새벽빛에 끌려온 햇살이 흩어진 대나무 숲을 빗질하고
밤새 울던 새들의 상처는 어미의 혀끝에서 아물어 간다
하현달처럼 몸의 일부를 매일 잃어 가는 일은
바람도 견딜 수 없는 일이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뱅뱅
문살 위를 돌며 새 노래를 빚는다

허공을 붙잡고 있던 나뭇잎들이
바람의 지휘에 따라 새 노래를 부르고
새 노랫소리는 마을을 돌아 먼바다로 퍼져 나간다
노랑나비가 되어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거리에선 노란 해바라기꽃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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