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노재순
옷 한 벌 짓기 위해 놓지 못한 바늘
오룻이 집중하며 마음을 담아도
위를 꿰매면 아래가 터지고 아래를 꿰매면 위가 울고
어긋나고 틀어지고 손가락도 찔렸어
나를 춤추게 할 가볍고 명랑한 옷이라면
천의무봉이 아니라도 괜찮다
결이 다른 소재도 채집해야겠어
누군가는 연어와 돌멩이와 밥을 노래한다는데
나는 잠자리 날개옷 입고
그 천진한 눈망울로 세상을 읽을 거야
재봉틀로 촤르르 길을 내는 전문가도 많은데 쯧쯧쯧
바람이 혼잣말를 던지고 떠난 오후
바늘귀에 마음 한 가닥을 다시 꿰었어
아직 찾지 못한 문장은 어디에 있을까
바늘 끝 한 조각 햇살처럼
엉켜있는 실타래 풀어주고 다듬어 가야 할
내 생의 시린 옷 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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