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 읽고 싶은 시

외갓집/노재순

by 시간의 마시멜로 2023. 4. 13.


외갓집

노재순


미루나무 쭉쭉 만세 부르고
서강이 느리게 감아도는 영월 연당 마을
제비집 품고 있는 초가지붕에
예배당 종소리 스며들고
비둘기호 기차가 하품하며 지나갔다
담배창고 앞에 내리라는
엄마의 당부도 보따리에 꽁꽁 싸서
어질어질 차멀미 하며
방학 때면 날개 달고 달려가던 곳
아비 없는 외손녀 챙기느라
제비 새끼처럼 삶은 다슬기 쏙쏙
입에 넣어주던 외할머니도
강둑에서 잠자리 시집보내던 막내 이모도
이젠 말날 수 없는데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억새꽃잎 하얗게 흩날리는 가을날이면
나도 한 마리 연어처럼
반짝이는 비늘로 거슬러 오르는데
강은 돌아보지 않는다

내 마음의 풍경 속에 저물지 않는 집 한 채
오늘도 저녁연기 피어오른다


시집<꽃으로 묶어둔 시간>현대시학중에서

          

'함께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의 액자/노재순  (0) 2023.04.14
시론/노재순  (0) 2023.04.13
꽃으로 묶어둔 시간/노재순  (0) 2023.04.04
호우경보/노재순  (0) 2023.03.31
소원등/노재순  (0)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