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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시

호우경보/노재순

by 시간의 마시멜로 2023. 3. 31.


호우경보

노재순


일주일째 내린 폭우로 왕숙천이 뒤집혔다
시뻘건 흙탕물에
타이어 스티로폼 페트병 신발짝들이
마구 뒤엉켜 떠내려 간다

보송한 솜털로 자맥질 배우며
엄마 오리 졸졸 따라 다니던 새끼 다섯 마리는
지금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구멍 난 하늘은 아물지 않는데
흔들리는 수초 한 줄기에 내일을 동여매고
떠내려가는 밤을 붙잡고 있겠지

아버지 손을 놓친 그해 여름날
엄마 치마폭에서 우리도 이랬을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벼랑 끝에서
새끼를 품었던 엄마
우리는 모두
엄마를 붙잡고 이 세상 건너는 법을 배웠다

그때마다 우리도 물갈퀴가 돋았다


시집<꽃으로 묶어둔 시간>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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