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삶속에 시가 있다

시간의 마시멜로 2023. 12. 26. 09:52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꿘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휼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려 종류가 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속에 시가 있다.

살아가는 일이 시라고 생각했는데
엘뤼아르의 글을 필사했다는
공지영 소설 도가니의 마지막 부분에 오래 머물렀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삶속에 시가 있다!
시가 보이지 않을 때 그 막막한 물음표에
이보다 더 명징한 설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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