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떤 계절이었을까
유성애
비 갠 아침, 창 너머로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당에 막 피기 시작한 선홍빛 장미 뒤로
너른 공터에 빼곡한 개망초 군단
앞산의 초록은 더욱 깊어져 개망초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티끌 하나 없이 말간 하늘이
그 산을 살포시 껴안고 있다
한 폭의 완벽한 풍경을 위해
철따라 몸을 바꿔가며
서로를 받쳐 주는 삶이란 저런 것일까
절망의 나날을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된다는 건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여름 한 철 피었다 지는 생
지금 이순간이 황금기라는 듯
사나운 바람 앞에서도 의기양양한 개망초가 부러워졌다
살면서 주인공을 탐한 적 없었다
그럴 듯한 조연이 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렇게 수많은 계절을 허비한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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