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소화 피는 그 집
강정숙
초록을 밀쳐 내고 온통 붉게 물이 든
그 집 담장 너머엔 쪽창이 열려 있고
옛날의 그 옛날 같은 능소화 피고 있다
지주 대 고사목도 꽃피우고 싶은 건가
나무가 흔들리면 저도 따라 흔들리고
잎맥을 들어 올려서 마른 몸을 감는다
무엇이 생목인지 어느 것이 사목인지
누가 먼저였던가 서로를 떠받치며
기우는 가문 하나를 부풀리고 있는 집
꽃 지고 남은 가지 허공에 걸어 놓고
절명을 꿈꾸었으나 끝내 놓지 못한 손
보듬고 가야 할 생이 출렁대는 저녁 답
시조집 <천개의 귀> 에서
경남 함안 출생
2002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2009년 수주문학상 수상
시집 < 환한 봄날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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