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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시

붉은 장미 책갈피/ 유성애

by 시간의 마시멜로 2023. 6. 17.



붉은 장미 책갈피

유성애


그대가 즐겨 쓰는 라벤다 향 비누 냄새와
물기가 가시지 않은 오른손 검지를
난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대가 등 구부려 나를 바라볼 때에만
나는 붉디붉은 장미로 피어났으니까요

창가의 키 작은 책꽂이에서
골방의 책장 속으로까지 흘러오면서도
이별이 이리 길 줄은 몰랐습니다

무심하게 내달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쿵쿵 가슴을 칩니다
어둠 속에 웅크린 내 온몸은 귀가 되어
한밤의 빗소리에도 바짝 촉수를 세웁니다
행간 하나하나에 베어 있는 그대 숨결
갈피갈피 낡아가는 지문을 읽고 또 읽습니다

생의 한 페이지에 쓰윽, 나를 끼워 넣고는
까맣게 잊고 살아온 그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넘어가 버린 페이지가 생각나
문득 펼친 책 속에서
내가 툭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대가 툭! 하고 놀라기라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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