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 그 끝의 안부
박호은
이른 봄 진달래 능선에 두었던 배낭 주머니에
개망초꽃이 피었습니다
바람결에 도둑 승차를 했나 봅니다
양떼구름 가득 피어있는 고려산 하늘에
분홍 꽃잎이 떼 지어 날던 날이었습니다
투명한 잎에 햇살 스며든 진달래를 좋아했는데
남이 보거나 말거나 개갈 없이 흔들리는 개망초꽃이라니
바람을 버티다 찢긴 마음 들킨 듯
땡볕 아래 진달래처럼 화끈거렸습니다
가슴속에 가득한 울음의 씨앗은
무화과꽃마냥 속으로만 핍니다
먼 바다 끝 흰 구름 한 점이
낡은 치맛자락처럼 너풀거립니다
눈에 익은 엄마의 옷은 쉽게 찾아집니다
배낭 옆구리에 삐죽이 손 흔드는 망초꽃이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억을 지우는 바다
거기 먼 곳의 안부를 묻지 않겠습니다
개망초가 개갈 없이 흔들릴지라도
박호은
서울 출생
2016년<미네르바> 등단
시집 <모래는 지나온 시간을 덮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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