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챙이를 표절하다
노재순
시골집 처마에 걸려 있는 씨옥수수
그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토방 위에 북적이는 검정고무신과
올챙이국수가 떠오릅니다
맷돌에 간 옥수수를 뭉근하게 끓이다
가마솥에 묵꽃 피면
바가지 구멍으로 쏙쏙 빠져나오던 올챙이들
갓 부화한 간지러운 그 이름 속에는
여름 저녁의 평상이 펼쳐지고
개구리 울음소리와
개똥벌레 불빛들도 떠다닙니다
올챙이는 안 먹는다고 투정도 한 사발
다리가 나오지 않는
올챙이들도 난처한 저녁입니다
개밥바라기 별이 다녀가고
긴 꼬리를 단 별똥별 몇 개도 떨어집니다
내 유년의 점묘로 남은 그 이름은
옥수수가 아닌 강냉이
강냉이 한 줄에는
꼬물꼬물 올챙이 태그가 살아있어요
허기가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나는 그 꼬불길을 따라 영월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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