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다시 왕이 되어/노재순

시간의 마시멜로 2026. 3. 5. 00:11

다시 왕이 되어

노재순

잔치 중의 잔치는 단종제였다
호미와 곡괭이를 내려놓고 숨 돌리던 읍내 나들잇길
빨간 세숫비누로 쉰내도 말끔히 지우고
골짝 골짝에서 흘러내린 새까만 사람들이 동강으로 모였다

비탈진 화전마을은 호롱불 심지 돋구어도
여전히 깜깜할 뿐이었다
단종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모두 함께 모여 축제로 즐겼다

호송했던 금부도사도 차마 발길 떼지 못하고
강가에 주저앉아 눈물 쏟았다는
죄인 아닌 죄인으로 쫒겨 온 어린 마음은 어떠했을까
서강의 물소리는 가시철망으로 발길 묶어놓고
대답 없는 하늘은 귀머거리였을 뿐
그렇게 꽃잎 같은 생의 봄날 이울었으리라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 마을을 위해 그는
이제야 어엿한 군주의 마음으로
지역 주민들을 아우르며 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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