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첫눈/노재순

시간의 마시멜로 2026. 2. 2. 08:37


첫눈

노재순


은행나무 우듬지에 떨고 있는 까치집
때 이른 눈이 내리고
내일은 또 한파 특보까지 떴다

기척도 없이 웅크리고 있는 집
종일 굶지는 않았는지
표정을 바꾼 바람도 눈을 털어주며
간간이 안부를 챙긴다

연탄 한 장에 기대었던 변두리 우듬지에서
어미는 꺼지지 않는 밑불이었다
밥주발 묻어 놓은 아랫목으로
새끼들 거두어 하나 둘 이소 시켰다

겨울나기는 생의 통과 의례
그렇게 얻어진 날개는 하늘 길 열어주고
더 높이 날아오른다

소리 없이 첫눈이 내리고
어둠 저편에서 들려오는 성탄절 종소리
오늘 밤 어미의 기도는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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