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질 무렵 / 정호승
해질 무렵이면
무거운 것이 가볍다
가벼운 것이 무겁다
해 질 무렵이면
배가 고파도 배부르다
배가 불러도 배고프다
해 질 무렵이면
보고 싶어도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싶다
해 질 무렵이면
좁은 골목길에
텅 빈 물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무거울 때는 가볍게
가벼울 때는 무겁게
흔들리다가 엎어져
텅 빈 물통의 물을
다 쏟아버린 사람이 아름답다
'함께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감/허영자 (0) | 2025.02.19 |
|---|---|
| 괘종시계/백무산 (0) | 2024.12.11 |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0) | 2024.11.26 |
| 먼 곳/문태준 (0) | 2024.09.26 |
|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안도현 (2) | 2024.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