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해질 무렵/ 정호승

시간의 마시멜로 2024. 12. 1. 19:24


해 질 무렵 / 정호승


해질 무렵이면
무거운 것이 가볍다
가벼운 것이 무겁다

해 질 무렵이면
배가 고파도 배부르다
배가 불러도 배고프다

해 질 무렵이면
보고 싶어도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싶다

해 질 무렵이면
좁은 골목길에
텅 빈 물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무거울 때는 가볍게
가벼울 때는 무겁게
흔들리다가 엎어져
텅 빈 물통의 물을
다 쏟아버린 사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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