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이력서
노재순
붉은 낙엽 한 잎 내 발등에 떨어졌다
깃털보다 가볍게
사뿐,
이우는 꽃잎 같다
집착을 벗어나는 순간
허공은 마침내 원하던 길을 내주었다
한 뼘 두 뼘 까치집 짓고
매미 울음 키우며 제 살점까지 내어준
자연의 섭리가
오롯이 한 장에 담겼구나
미련 없이 낙하하는 저 고요한 숨결
압축된 가을의 이력서다
바람이 꼼꼼하게 법정의 무소유를 필사하는
늦가을 오후
단 한 번도 수정하지 못한 나를
느낌표처럼 세워두고
입동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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