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합나무
노재순
한 섬의 참새떼가 열린 나무는
바람도 없는데 휘청휘청 흔들린다
뽀르르 뽀르르 뽀로롱
요란한 소리 품어 안고
젖은 깃털 일일이 쓸어주고 있다
그 이름 거저 얻은게 아니었구나
폭염에도 털옷 벗지 못하는
저 생명들 바람 불어 식혀주느라
손금 마르고 닳도록 팔랑팔랑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강둔치에서
말 없이 꽃 피우는 나무
이름값 하고 산다는거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구나
새벽녁 젖은 별들이 눈 비비며 돌아오고
바람에 부대끼는 작은 생명들
허기진 날개 접고 수시로 드나드는
문 없는 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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