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토링도 받지 않았고
잘 쓴다는 현대시를 따라가기도 역부족이다.
서정시만 읽고 자랐으니 내 시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뛰어난 문장력도 발상의 새로움도 없으니
그냥 따뜻한 가슴으로 쓰자고 생각했다.
치열하고 간절하게 살아가는 일이 시라고 생각한다
삶에 발을 딛지 않는 시는 감동도 울림도 없기 때문에
나는 시 쓰는 일도
머리가 아닌 가슴의 온기로 쓰려고 했다.
써 놓은 작품중에서 고독사 문제가 나올때마다 가는 길 그 마무리마저 낯선 이에게 맡기게 되는 현실이 아프게 느껴졌다. 담담하게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쓴 작품이 맥심상으로 뽑혔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총 9655편 응모에 마지막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써야 할 힘을 얻는다.
마지막 이사
노재순
휴일도 없이 전화가 울린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굴 속에서
시든 향기 지우는 유품정리사
감정을 읽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반쯤 남은 소주병과
탈출을 포기한 이력서 뭉치와
식 후 30분 복용을 지키지 못한 약봉지들의
눅눅한 절망도 털어낸다
몇가닥 말라붙은 컵라면 면발처럼
방안은 체념으로 익숙한데
달력은 삼복 더위에도 목련이 벙글고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가려는 듯
문 앞에는 신발 한 켤레 단정하다
어디로 걸어가고 싶었을까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한 장의 가족사진
규칙을 어기고
아득할 때도 있지만 거기까지다
한 점 의혹도 없이
오늘도 섬 하나 먼 바다로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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