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저녁의 나이/마경덕

시간의 마시멜로 2019. 11. 17. 18:33

저녁의 나이


해질 무렵

허물어진 돌담을 서성거리는 저녁을 보았지

어둑한 굴뚝을 빠져나와 그을음이 묻은

손으로 문지르면

까맣게 번지는 저녁의 나이

이끼 낀 돌담 사이

썩은 밑동을 보려고

먼 길을 달려온 저녁의 뒤꿈치가 나무뿌리보다 질겼네

길목을 지나며

나무에게 들려준 산 너머 마을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매미를 섞어 그늘을 잇던 나무는

둥근 의자가 되어버렸네

한철 그늘을 빌려 쓴 노인들이

나무 아래서 시드는 것처럼

나무도 그늘을 짜다가 늙어갈 줄만 알았는데,

사라진 느티나무 얼굴은

느티나무보다 오래 살아남은 저녁만 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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