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추
이것은 누가 벗어놓은 옷일까
매미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생의 자국이
여름내 배롱나무 이파리에 붙어 있다
어떤 결심이 찢고 나간 듯
투명한 껍질 뒤에는 날카로운 칼자국이 보인다
몸만 쏙 빠져나가고
거추장스러운 생은 남겨둔 얌체
나는 흔적도 없이 몇 컷의 허물을 남겨두고 너무 멀리 와버린
와서 시치미 뚝 떼고 허공을 고뇌하는 철학자
한 생의 형상이 손에 잡힐 듯 고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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