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란
오봉옥
그림은
손으로 불러내는 시
노래는
목이 토해내는 시
춤은
몸이 쓰는 시
그러나
시는 시가 아니어서
시가 된다
시는 그저
마음밭에서 절로 풀어지는 길이자
그 길 위로
어느 한 사람의 순정한 영혼이
스치듯 지나가며 일으킨
한 줄기 바람일 뿐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절로 터져 나오는 것,
한숨 같은 거
눈물 같은 거
하소연 같은 거
그보다 더 오래된 침묵 같은 것
아궁이 앞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읊조린
어느 촌부의 말 한 토막
굳은 손으로 눌러 쓴
노동자의 일기 같은 것
시를 쓰려고 생각하는 순간
시는 죽는다
오봉옥 <나비 도둑> 2025년 천년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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