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아들에게 하는 부탁

시간의 마시멜로 2020. 4. 20. 18:59

 

아들에게 하는 부탁...

 

 

애야, 네가 어릴 때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을 들여

네게 숟가락 쓰는 법과 젓가락 쓰는 법을 가르쳤고,

단추를 잠그고,

옷을 입고,

머리 빗고,

콧물 닦는 법을 가르쳤다.

팽이 치는 법과 미끄럼 타는 법도 가르쳐주었지.

난 너와 함께 한 그 세월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구나...

 

내가 가끔 기억을 못해낼 때,

말을 더듬거리거나 그럴 때 나한테도 시간을 좀 주려무나.

내가 좀더 생각해보게 기다려주려무나.

마지막엔 내가 무얼 요구하는지조차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애야, 우리가 수백 번 반복하고 연습해서 겨우 배웠던

동요를 기억하니?

뜬금없이 어떨게 태어났느냐고 네가 물었을 때

대답을 찾으려고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야 했던지!

 

그러니 그 옛날 내가 너를 위해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던 것처럼,

어릴 적 같은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하여 흥얼거릴 때처럼,

나를 좀 이해해주려무나.

아주 잠시나마 그런 추억 속에 잠기게끔 가만놔주려무나.

 

간절히 바란다 , 애야.

네가 바쁜 걸 알지만 아주 조금만 시간을 내어

나랑 수다도 좀 떨어주고 그랬으면 좋겠구나!

 

내가 옷 단추를 잠그지 않거나,

신발 끈을 매지 못하거나,

식사 때 옷을 더럽히거나,

머리 빗다가 손을 떨거나 할 때

제발 재촉하지 말아다오.

나한테 자그마한 인내심과 부드러움을 가져다오.

 

아주 잠시라도 너랑 같이 있음으로 해서

난 그나마 항상 따스할 수가 있단다.

 

애야! 이제 난 잘 서지도 잘 걷지도 못하는구나.

네가 내 손을 꼭 잡아주고 나랑 같이 천천히,

그 옛날에 내가 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봤으면...

만약 네가 자식으로서 이런 부모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난 여생을 고통 속에 떨다가 저 세상으로 가고 말겠구나...

 

 

어느 양로원 벽에 쓰여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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