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살구 나무 여인숙/장석남

시간의 마시멜로 2019. 5. 28. 11:56

살구 나무 여인숙/장석남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 놓은 창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날 주인집 고양이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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