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시인 뉴스/백합나무

시간의 마시멜로 2019. 10. 21. 13:19

백합나무 / 노재순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8/10/25 [07:11] | 조회수 : 111

 

 

 

 

 

백합나무


한 섬의 참새떼가 열린 나무는

바람도 없는데 휘청 휘청 흔들린다

뽀르르 뽀르르 뽀로롱

요란한 소리 품어 안고

젖은 깃털 일일이 쓸어주고 있다

그 이름 거저 얻은 게 아니었구나

폭염에도 털옷 벗지 못하는

저 생명들 바람 불어 식혀주느라

손금 마르고 닳도록 팔랑팔랑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강 둔치에서

말없이 꽃 피우는 나무

이름값 하고 산다는 거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구나

 

새벽녘 젖은 별들이 눈 비비며 돌아오고

바람에 펄럭이는 삶들이

떠돌이 구름으로 허청허청 찾아드는

문 없는 저 집

 

 

 
 시오리를 걸어 초등학교 다닐 때 종종 소나기를 만났다.

몸도 마음도 젖어 새파란 입술로 돌아와 잠들었던 따스한 아랫목은 얼마나 행복했던가.

달그락 거리며 저녁밥 짓는 소리며 탁탁 장작불 타는 소리는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학교 갈 준비 하는데 새벽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편안하고 좋았는지....그 하루의 저녁 시간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따스한 기억들이다.

저 아이들도 기다려주는 집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강원도 영월 출생

2014년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7년 치악산 생명문학상 수상

2018년 김유정 기억하기 전국 문예작품 공모전 수상

문학의 오늘앤솔로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시간의 마시멜로』시산맥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0) 2019.11.24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0) 2019.11.22
시인뉴스/그리움 한 그루 외 1편  (0) 2019.10.21
시인뉴스/ 이름의 무게외 1편  (0) 2019.10.19
경의선 책거리  (0) 2019.10.09